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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반란’ 전가람의 골프 이야기
‘무명 반란’ 전가람의 골프 이야기
  • 성승환
  • 승인 2018.06.04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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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프로 골퍼를 꿈꾸던 한 청년이 자신의 꿈을 접었다. 그는 프로 골퍼로서의 장밋빛 미래를 확신할 수 없었고 골프에 흥미도 잃었다. 어려워진 집안형편에다가 일찌감치 선택한 독립 탓에 치킨 배달, 식당 종업원 등 여러 아르바이트를 골프와 병행해야 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골프장 경기진행 팀에서 잠시 일했고, 아예 골프를 그만 둘 생각을 갖고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캐디 일을 시작했다.

캐디 일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는 KPGA 코리안 투어 2015 시즌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이 열렸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보며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구와 의지가 다시 생겼다고 말했다. 잠시 접어뒀던 꿈을 다시 펼쳤다. 그해 하반기 KPGA 퀄리파잉스쿨에 합격, 2016년부터 정규 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올해 같은 장소, 같은 대회에서 그는 캐디도, 갤러리도 아닌 투어 프로로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무명 돌풍을 일으키며 한편의 드라마를 써낸 이 청년은 전가람(23)이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은 마법 같은 첫 우승의 여운을 뒤로 하고 매경오픈 성적을 두고두고 아쉬워하던 당찬 청년, 전가람의 골프 이야기를 들어봤다.

 

누구나 첫 우승 순간의 기분을 잊지 못한다. 기분이 어땠나.

막판 역전극을 펼쳤다거나 뭔가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우승했으면 아마 굉장히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을 텐데 그렇지는 않았다. 경기 때 긴장은 했지만 스코어 상으로는 비교적 무난하게 우승을 해서 그런가보다. 당연히 기분은 좋았는데 덤덤한 느낌이 더 컸던 것 같다. 우승 직후에는 여기저기 감사 인사를 다니고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는 등 정말 바쁘게 지냈다.

 

우승 직후 대회장에 있던 아버지가 울면서 껴안아주던데 본인은 정말 무덤덤하더라.

흔히 대한민국 부자지간은 서로 어색하고 서먹한 분위기가 있지 않나. 나 역시 그렇다. 내가 스무 살 때부터 독립해서 살아서인지 아버지와 그런 어색함이 더 심하다. 그래서 당시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웃음). 그냥 아버지가 나름 마음고생이 심했나보다라고만 생각했다.

 

선수 생활 안팎으로 우승 후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이 있다면.

언행이 조심스러워진 것. 우승 직후에도 첫 승을 했고 이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 앞으로 언행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당장의 큰 걱정이었던 투어 출전권 유지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이 열린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은 자신이 캐디로 일했던 골프장이다. 어떤 점들이 어드밴티지로 작용했나.

시합을 앞두고 주변 사람들도 이곳에서 캐디를 했으니 누구보다 코스 공략을 잘할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지난해 내가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먼싱웨어 챔피언십(4), 한국오픈(10)이 열리는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과 우정힐스 컨트리클럽은 시합 전까지 딱 한 번의 라운드 경험밖에 없었던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시합 코스 경험이 많은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대유몽베르 컨트리클럽에서 시합을 해보니까 굉장히 편했다. 특히 압박감이 있는 상황에서 심리적인 장점이 있더라. 한편으로는 코스를 너무 잘 알다보니까 플레이에 악영향을 미치는 특정 지점을 잘 알아서 약간 부담되는 상황도 있었다. 장단점이 있는데, 물론 장점이 더 컸다.

 

골프 선수 전가람에 대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많다. 골프를 처음 시작한 시점과 중간에 골프를 잠시 멈춘 사연이 궁금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골프를 접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하교 후 학원에 다니는 것처럼 취미 삼아 시작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 골프에 전념했다. 당시에는 골프 선수를 하면 학교 수업을 많이 빠질 수 있어서 어린 마음에 그게 좋았다(웃음). 아마추어 때 국가대표는 아쉽게 하지 못했지만 두 번의 우승 경험이 있었고, 3 때 투어 프로 자격을 획득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에 집안 형편이 크게 어려워졌고, 무엇보다 골프에 흥미를 잃었다.

 

어려워진 집안 형편 탓에 음식배달 아르바이트, 캐디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고 들었다.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운동하는 골프 선수는 드물다. 하지만 난 그저 일반적인 학생들처럼 용돈벌이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 것뿐이다. 그게 안타까운 이미지로 비춰지는 게 조금 아쉽다. 내겐 다 좋은 경험이다. 겨울에 치킨 배달을 할 때는 정말 춥고 힘들긴 했다(웃음). 식당 서빙 등 여러 아르바이트도 해봤다. 그리고 골프장 경기진행팀에서 잠깐 일했고 5개월 정도 캐디생활을 했다.

 

캐디를 하던 골프장에서 프로 대회가 열렸는데, 캐디 입장에서 투어 대회를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던가.

아예 골프를 그만 둘 생각으로 몽베르에서 캐디 일을 시작했다. 때마침 2015KPGA 개막전인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이 대유몽베르에서 열렸다. 하루 시간을 내서 대회 갤러리로 대회장에 갔다. 플레이하는 선수들을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멋있더라. 그때 나도 저렇게 투어 대회에서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그해 하반기에 KPGA 퀄리파잉스쿨에 응시했고 2016년에 본격적으로 KPGA 코리안 투어에서 플레이하게 됐다. 첫 시즌에는 시합에 많이 참가하지 못했지만 2017년부터 골프가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KPGA 코리안 투어에는 멋진 선수들이 많은데, 누가 가장 멋져 보이던가.

예전부터 허인회 선배의 광팬이었다. 국내 투어에서 가장 멋진 스타일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넵스 헤리티지 대회에서 동반 플레이를 한 적이 있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시합 중이라 말을 제대로 걸지 못했다. 나중에 투어 세미나 때 만나서 늦게나마 사진을 찍었다.

 

어려운 환경에서 골프를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힘들어도 끝까지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한 가지 분야에 너무 얽매이는 건 좋지 못한 것 같다. 너무 얽매이다보면 실패를 경험했을 때 좌절감도 더 크다.

 

 

지난해 데상트 매치플레이와 한국오픈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1억원이 넘는 상금을 벌었다. 2018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나 자신감이 많이 붙었을 것 같은데.

지난해 한국오픈까지 샷 감이 상당히 좋았는데 발목 부상으로 하반기 40일 정도를 통째로 쉬는 바람에 좋았던 감이 싹 사라졌다. 감을 한 번 잃으니까 되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어깨까지 아프더라. 중학교 때 이후로 제대로 된 레슨을 받아본 적이 없는데, 혼자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감으로 대충 하다 보니 부상도 찾아오는 것 같더라.

 

개막전 우승 이후 바로 GS칼텍스 매경오픈이 열렸다. 본인도 내심 우승의 상승세가 있어 좋은 성적을 기대했을 것 같은데 결과는 컷 탈락이었다.

친한 지인들이 놀리더라(웃음). 큰 대회 경험이 부족했고, 아직까지 전체적으로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배운 게 없어서 그런가보다. 올 시즌 전반기 끝나면 여름에 3주 정도 휴식기가 있는데 그때 전문 교습가를 찾아가 제대로 스윙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특히 퍼팅이 많이 부족해서 퍼팅 레슨을 받고 싶다.

 

생애 첫 우승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달성했다. 이제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우승이라는 걸 해봤으면 좋겠다. 첫 우승이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는데 개막전에서 덜컥 우승해 버렸다. 가장 큰 목표를 일찌감치 이뤘다. 그래서 이제는 특별한 목표보다는 올 시즌에 더 이상 잃을 게 없으니 갈 때까지 가보자는 각오로 자신감 있게 부딪쳐보겠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반드시 이뤄보고 싶은 꿈이 또 있나.

아직 해외 투어를 생각할 단계는 아닌 것 같고, 국내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 한국오픈은 당연하고 최근 매경오픈 컷 탈락을 해서 그런지 여운이 많이 남는다. 다음 매경오픈에서 꼭 우승하고 싶다.

 

글_성승환 기자 ssh@hmgp.co.kr / 사진_박광희(울트라 스튜디오)

 

성승환 ssh@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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