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My Humble Op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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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 승인 2019.01.1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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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컵은 그냥 단순한 골프시합이 아니다

 

평소에도 여간 소란스럽지 않은 라이더컵의 팬들에게 먹잇감을 던져준 순간, 앨런 쉬프넉은 소셜미디어에서 터져 나온 난폭한 반응에 기가 질렸고, 뜻밖의 장소에서 위안을 얻었다.
BY ALAN SHIPNUCK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작년에 나는 이 지면을 통해 젊고 실력있는 미국팀이 라이더컵에서 우위를 점하는 시대가 도래할 거라고 예측했다. 적잖은 과장을 보태가며 내 확신을 드러냈다. 안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까. 원래 뭔가에 확신이 들면, 가지고 있는 칩을 전부 테이블 앞으로 밀어내기도 하는 법이다. 지나친 과장은 칼럼을 쓰는 입장에서도 재미있었고, 내 희망사항일지도 모르지만 독자들도 재미있어 했으며, 라이더컵이 열리기 한참 전부터 트위터에서는 그로 인해 도무지 끝날 줄 모르는 재미있는 설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유럽의 팬들(그리고 일부 선수들과 캐디들)이 토로한 불만으로 나는 조금 어색한 입장에 처했다. 라이더컵에 관해서 나는 대체로 상당히 중립적인 관찰자였고, 내 모국을 더 옹호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실제로 대회에 참가하는 당사자들보다 내 판돈이 더 커진 느낌이었다. 보통 기자석에서는 환호성이 나오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속으로 기도를 올렸는데, 그렇다고 도움이 된 건 아니었다.
간단히 말해서 내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미국팀이 패배하는 순간, 유럽과 전 세계의 수많은 팬들로부터 반응이 오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건 상관없었다. 말한 만큼 돌려받는 거니까. 그리고 갈등하며 반목하는 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보편적인
문화가 있다면, 그건 아무도 잘난 척하는 미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운명을 가를 파리의 일요일 밤부터 내 트위터 알람창은 터져나갔다. 새로 고침 단추를 누를 때마다
300~400개의 알림이 떴다. 가족들이 다 함께 보는 잡지에는 실을 수 없는 신조어들도 많이 배웠다.
대체 왜 그 사람들은 이걸 개인적으로 받아들이는 걸까? 인류학적으로 고찰해봐야 할 흥미로운 문제였다. 그날 프랑스 르 골프 내쇼날에서는 화성으로 유인 탐사선을 보낸 게 아니었다. 라이더컵이 재미있는 건
열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그냥 골프일 뿐인데.
보기에는 전혀 안 그런 것 같겠지만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셀 수도 없이 많은 욕설과 험담을 듣게 되면 우울한 감정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유럽팀의 우승 기자회견장으로
조용히 들어가면서도 더 많은 업보가 나를 기다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부단장인 리 웨스트우드가 이미 트위터에서 나를 꼬집었고, 저스틴 로즈의 캐디인 마크 펄처도 “맞기는 *뿔”이라고 댓글을 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 선수들은 오히려 너무나 다정했다. 이안 폴터는 연단에 마련된 자리에 착석하자마자 여섯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나와 눈을 맞추더니 샴페인 잔을 들고 윙크를 했다. 세르히오 가르시아는 저렇게 환하게 웃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카나리아를 잡아먹은 고양이처럼 씩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로리 맥길로이는 팀의 단합에 대해 조리있게 말을 하다 말고 내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내가 손을 들자, 팀 전원이 연단을 발로 구르며 놀리듯이 소리를 쳤다.
“안녕하세요오오!”
내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에게 싱글 매치의 상대였던 필 미켈슨에 대한 소감을 물었을 때에도 똑같은 반응이 나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몇몇 선수들과 단장이었던 토마스 비욘이 유럽의 승리에 기여해줘서 고맙다며 뼈아픈 농담을 건넸고, 비욘은 샴페인 잔을 들어 보이기까지 했다. 덕분에 안개가 걷힌 느낌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너그러운 반응은 내게 깨달음을 안겨줬다.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선수들은 잘 받아들였다.
라이더컵은 골프계에서 가장 큰 이벤트고, 화려한 만찬과 공연이 곁들여지며 옷도 여러 벌 갈아입는다. 좋건 싫건, 내가 내뱉은 말도 이번 쇼의 한 부분이 됐다. 그로 인해 유럽팀의 승리는 조금이나마 더 달콤해졌고, 팬들도 훨씬 더 즐거워했다. 극적인 면모가 부족했던 이번 라이더컵에서 뭔가 얘깃거리가 돼 준 측면도 있다. 애처로울 정도로 빗나간 예측이었지만 그렇게 생각해보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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