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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 불운의 아이콘이자 최후의 승자, 브라이언 데이비스
골프계 불운의 아이콘이자 최후의 승자, 브라이언 데이비스
  • 성승환
  • 승인 2019.01.03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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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에 관한 한 생계형 투어 프로인 브라이언 데이비스를 능가할 사람은 드물다. 우승은 이제껏 한 번도 하지 못했지만 지칠 줄 모르는 투지로 버텨왔기에 인생의 승리자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일러스트_골프닷컴
골프 일러스트_골프닷컴

브라이언 데이비스는 PGA 투어 역사상 가장 불운한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대회에서는 한 번도 홀인원을 기록하지 못했는데, 그렇게 성과 없이 거쳐 온 파3 홀이 4,529개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까지 359개 대회에 출전해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그는 현역 선수 가운데 최장기 우승 가뭄을 겪고 있다.
2010년에 힐튼헤드에서 짐 퓨릭과 연장 승부를 벌일 때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지만 칼리보그 만 근처에서 리커버리샷을 시도하다가 백스윙 중에 해저드에 있던 조그만 루스 임페디먼트를 건드려 2벌타를 받는 바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2016년말에는 목 디스크가 터졌는데, 그토록 오랫동안 짊어지고 살아온 무거운 삶의 무게를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가 새로 정착한 올랜도의 집에서 샌드위치로 함께 점심을 먹을 때, 가혹한 운명의 집요한 희생자 같은 이 사나이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여러 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 행복하다.” 영국 출신으로 올해 마흔네 살인 브라이언은 이렇게 말했다.


2017년 1월에 받은 목 디스크 수술은 늘 뚱한 표정으로 게임에만 집중하며 힘든 나날을 견뎌온 그에게 오히려 행운이었다. 데이비스는 샷거리가 짧은 단타자이기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카메론 챔프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을 보면 골프가 너무 쉬워 보이는데, 데이비스는 항상 안간힘을 쓰는 인상을 풍겼고, 가끔은 그게 너무 지나쳐 보이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브라이언이 코스에서 보여주는 태도가 너무 부정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오랜 퍼팅 코치인 게리 에번스는 말했다. “심술궂은 얼간이 정도로 비춰진 것이다. 그는 늘 진심으로 마음을 털어놓았는데, 주변의 그런 시선이 아마도 상처가 됐을 것이다.”
데이비스는 생각이 깊고,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글라이드를 타고 길을 달릴 때도 많은 생각을 한다. 자신을 너무 혹사한다는 비판에는 그도 할 말이 없지 않다. “심리학자도 만나봤고, 친구들과도 얘기를 해봤다. 만약 내가 조금 느긋했다면 우승을 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이만큼 가혹하지 않았다면 투어에서 20년 넘게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모든 일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
수술을 받고 회복하기까지 길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데이비스는 PGA와 웹닷컴 투어 사이의 갈림길에서 2019년을 맞았다. 하지만 그는 상황에 순응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힘겨워도 받아들이려고 한다.” 데이비스는 말했다. “물론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굴복하기보다 그걸 헤쳐 나가려고 노력할 때 더 큰 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조금 더 느슨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음으로 활동을 오랫동안 쉰 덕분에 더 넓은 시각을 얻게 된 것이다.

 

런던 출신인 데이비스는 30대 시절에 해마다 PGA 투어에서 30여개 대회를 소화하고, 그것도 모자라 유러피언 투어의 몇몇 대회를 일정에 추가했다. 세 아이인 올리버와 헨리, 그리고 매들린은 아내인 줄리에게 전담할 수밖에 없는 빽빽한 일정이었다. 데이비스는 수술을 앞뒀을 때부터 오랜 회복기간에도 클럽을 손에 대지 않았고, 골프를 멀리 하는 동안 이른바 전업 주부가 됐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숙제를 봐주고 어린이 야구단 시합도 보러갔다. 그는 아빠로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아이들과의 사이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 어느 때보다 사이가 돈독해졌고, 옆에서 보기에도 너무 좋다.” 줄리는 말했다.
게다가 아이 둘은 기적 같은 존재다. 올리버는 심각한 신장 이상을 가진 채 태어났고, 매들린은 태어나자마자 폐에 문제가 생겼다. 지금은 둘 다 건강하고, 데이비스에게는 그것도 축복이다. 줄리는 한때 BBC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 정도로 미모와 지능을 겸비한 인재다. 데이비스는 골프를 해서 지금까지 1,340만 달러를 벌었는데, 우승이 없는 선수로서는 기록적인 액수다. 그리고 많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그는 골프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았다. “나는 골프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그만 두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는 말했다.
우승 한 번 한 적 없고 홀인원조차 경험하지 못했으면 어떤가. 브라이언 데이비스는 불운한 골퍼치고는 상당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 BY ALAN SHIPNUCK

 

성승환 ssh@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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