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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로즈 “훌륭한 골프란 ‘나쁜 샷이 얼마나 좋은가’의 문제다.”
저스틴 로즈 “훌륭한 골프란 ‘나쁜 샷이 얼마나 좋은가’의 문제다.”
  • 성승환
  • 승인 2020.02.06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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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로즈가 오랜 시간을 거쳐 골프계에서 가장
일관성 높은 선수로 성장한 비결을 직접 털어놓았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골프가 운명처럼 지니고 가야할 모순적 명제가 있다. 바로 멋진 플레이를 위해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건 사실이지만 정작 최고의 기량을 뽐내야 할 때는 하늘이 내려준 감각에 기대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얘기하면 최고의 스윙을 한다고 해서 최고의 선수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기량의 내공을 높이면서도 천부의 본능을 잃지 않기, 이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야말로 최상급 엘리트가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일 것이다. 이 위험천만한 곡예를 세상 그 누구보다 잘해낸 이가 바로 저스틴 로즈 아닐까. 이제 스물두 번째 투어 시즌을 즐기고 있는 이 영국 남자는 지난 5년쯤은 일관성이라는 면에서 이 스포츠계에서 으뜸의 자리를 누려왔다.
눈을 의심케 하는 그의 볼 타격 기술은 모든 골프인에게 동경의 대상이 됐다. 그리고 저스틴의 본능적 기량, 그리고 지기 싫어하는 천성 역시 과거 그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강렬히 살아있다. 그가 션 폴리와 함께 갈고닦은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논평하고 자기 스윙의 단점도 함께 공개한다고 한다. 어찌 보면 그 단점이란 것이 저스틴의 가장 큰 장점일 수도 있다는데…

뼈에 새긴 스윙 DNA
내가 골프를 시작한 이후 내 스윙에는 두 가지 요소가 한결같이 존재하고 있다. 난 스윙할 때 클럽을 상당히 강하게 릴리스하는 편이다. 아마 어린 시절 클럽페이스를 크게 열고 쳤던 습관에서 비롯된 것 같다. 백스윙톱에서 페이스 토가 지나치게 아래를 향했고, 임팩트 순간에 페이스를 직각으로 두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써야 했다.
어릴 때 이렇게 연습하다 보니 헤드스피드가 증가했다. 그 탓에 임팩트 때 머리가 뒤편에 머무르는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 그 버릇 고치는 데 정말이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달리 본다면 그게 나의 특기이기도 하다. 난 샷을 그렇게 한다. 백스윙톱에서 클럽페이스를 닫거나 아주 강하게 비트는 타입이 아니다. 그래서 임팩트를 거치며 클럽페이스가 활짝 열린다.

션 폴리의 영향
션 폴리와 한솥밥을 먹기 시작한 후로는 백스윙-트랜지션-폴로스루로 이어지는 3단계 연습법을 확고히 했다. 팔로스루는 아직까지도 완전히 익히지 못했다. 클럽페이스를 안정적으로 간수하는 완벽한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나 깨나 내 샷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상을 피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어린 시절의 습관 때문에 내 스윙과 몸 상태는 션에게도 골칫거리가 됐다. 그래서 2016년부터는 우리가 꿈꾸는 대로의 기술적으로 완벽한 골프 스윙이 아니라 내 몸에 안전한 스윙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옛 방식으로 돌아간 면도 있다. 우린 그걸 ‘60년대 스타일’이라 불렀다.

그래서 난 지금 하체를 상당히 느슨하게 풀어주고 있다. 오른쪽 다리는 곧게 펴고 왼쪽 다리는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과거 샘 스니드를 비롯한 여러 선수들과 비슷한 모습이다. 요즘 X-팩터라 부르는, 즉 하체는 거의 회전하지 않고 상체만 회전하는 방식과 사뭇 다르다. 우린 X-팩터와는 거리가 먼 방법을 추구하고 있다.
내가 보기에 션은 직관보다는 지성이 앞서는 사람이다. 트랙맨보다는 생체역학을 훨씬 많이 학습하는 코치다. 보편적인 접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코치라면 선수의 기질을 이해하고, 해당 선수가 신체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서야 해결책이 생기는 거다. 션도 젊었을 땐 그걸 어느 정도는 직관적으로 체득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지성을 통해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 같다.
이제 션이나 나나 조금 다른 길을 택해야 할 것 같다. 소박함으로 회귀해야 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하려 애쓰기보다는 카메라를 치우고 트랙맨을 없애고, 조금 더 뒤로 돌아가서 예술품을 만들어야 한다.

효율적인 연습 계획
내 나이에는 노련하게 효율적으로 플레이해야 하며 시간 대부분을 연습에 할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 연습을 굳이 세세하게 구분하자면 체력 단련 1시간, 퍼팅 1시간, 쇼트게임 1시간, 롱게임 1시간으로 쪼개는 게 좋겠다. 나머지는 어떻게 흘러가든 알 게 뭔가!

젊은이든, 팔팔한 프로 골퍼든, 소년 골퍼든, 배우고 연마하는 데 최대한의 시간을 쏟아야 한다. 단 창의적이어야 한다. 난 무턱대고 너댓 시간 동안 연습장에 틀어박히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하지 말라고 뜯어말린다. 그건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큰 무리를 준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도전 과제가 되는, 볼을 더 강하게 치는 기량을 기를 만한 두세 가지 훈련을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나 역시 모래판으로 나가 1시간 동안 볼을 때리곤 한다. 훌륭하고도 깔끔한 볼 타격을 위해 뭘 해야 할지를 내 몸이 깨닫게 하고자 하는 것이다. 완벽한 라이에서 몇 시간 동안 때려대기만 하는 건 그만 두자. 저런 것을 ‘심층 연습’이라 부른다. 기술 한 가지를 골라잡아 더 어렵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하려 노력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나서는 코스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꼬맹이 시절 나의 기량을 가장 크게 키웠던 건 아마도 볼을 100야드 날려서 저기 숲 안으로 넣은 뒤 그 궤적을 파악하고 홀까지 가려면 샷 몇 개나 필요할까를 계산했던 일인 것 같다. 창의력은 그러한 훈련에서 탄생한다.

분필로 그어 놓은 기준선이나 정렬 막대기도 제각기 역할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도구가 여러분을 계속해서 발전하도록 이끌어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게임의 효율을 높여줄 수는 있겠지만 진정 훌륭한 플레이어가 되게 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 Justin Rose with Neil Tappin, Portraits Tom Miles

 

성승환 ssh@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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