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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겨울 음료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겨울 음료
  • 황창연
  • 승인 2020.01.03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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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고 기온이 내려가면 따끈하게 데워 마시는 술 한 잔이 절실해진다.
따끈한 토디(위스키, 럼 등에 따뜻한 물과 설탕 등을 넣은 음료)는 추운 날 제격이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지금껏 살면서 정말 추워서 몸부림을 쳐본 적이 있나? 몸이 부르르 떨리거나, 저도 모르게 이가 딱딱 부딪히면서 차라리 이 눈 속에 편하게 누워서 죽는 게 낫겠다싶을 정도의 추위를 말하는 것이다.

미숙한 멍청이였던 시절에 나는 필라델피아에서 코스 전체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대부분 눈에는 덮여 있지 않은 겨울 코스에서 캐디를 했었다. 두 형들도 똑같은 일을 했지만 형들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야 했으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는 고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다. 그러니 오프시즌이라는 말도 무색한 한겨울에 밖에서 그렇게 어슬렁거리는 건 몹시 무분별한 행동이었다.

당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한테 가방을 맡긴 이 괴짜들은 대체 다리 3개 달린 거미 같은 저 괴상한 플라스틱 티를 어디서 사는 걸까’ ‘아이고, 그린 앞의 호수가 얼고 그린도 꽁꽁 얼었으니 이 괴짜들은 얼음 위에 떨어뜨려서 바운스가 난 볼을 시멘트 같은 그린에 올리는 수밖에 없을 텐데, 그러면 아주 스펙터클하게 빗나가는 게 볼 만하겠네!’ 그리고 이 괴짜들은 지긋지긋한 아내와 귀찮은 아이들을 피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그러면 왜 평범한 사람들처럼 클럽 바에 앉아서 술이나 마시지 않는 걸까그 라운드는 내가 자초했던 무의미하고 비참한 시간이었지만 그렇게 춥지는 않았다.

몇 년 후, 나는 여름 방학을 맞아 공장 같은 곳에 컨베이어를 설치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주말에 캐디를 하는 것보다 보수가 좋았고, 나는 어느새 한 아이의 아빠였다. 한 번은 냉동 식재료 창고에서 일주일 정도 설치 작업을 해야 했다. 사장은 좋은 사람이었고, 우리 아버지의 술친구이기도 했다.

냉동 창고에 들어간 첫 날 사장은 20분 정도 바짝 일하고 나와서 잠깐 몸을 녹인 다음 다시 들어가는 식으로 진행할 거라고 말했다. “아 참,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안에서는 장갑을 벗으면 안 된다.” 사장은 이렇게 당부했다. 5분 후에 나는 바닥 위로 6m쯤 되는 곳에 드릴을 박았는지 망치질을 했는지 아무튼 뭔가를 단단히 잡으려고 장갑을 벗었다. 내 손은 곧바로 금속 컨베이어에 강력접착제로 붙인 것처럼 달라붙었다(멍청한 손 같으니!).

당연히 나는 다른 쪽 장갑을 입으로 물어서 벗었고, 두 손이 쇠에 용접된 상태가 됐다. 간단히 말해서 지금까지도 그 창고에 보관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사람은 내가 거기 붙여놓고 나온 살갗을 씹을 가능성이 있다. 부디 맛있게 드시길!

그 일이 끝난 후로는 두 번 다시 얼음과자가 될 일은 없을 줄 알았다. 햇빛이 찬란하고 벌떼가 윙윙거리는 곳만을 다니리라 결심했다. 그런데 딸이 외딴 곳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하는 차디찬 산정호수 근처로 이사를 갔다. 딸이야 눈사람이 되건 말건 좋을 대로 살라고 내버려둔 채 거길 찾아갈 마음이라곤 전혀 없었지만 어여쁜 손녀가 태어나고 보니 얘기가 달라졌다.

이런 환경에서 살다 보면 한겨울에 머릿속의 나사가 조금 느슨해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무슨 수를 써야 한다. 이를테면 얼음 추수가 그런 건데, 호수의 얼음을 두툼한 벽돌처럼 잘라서 마을에 하나뿐인 술집으로 옮겨뒀다가 여름에 그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에어컨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겨울 카니발도 개최하는데, 행사 중에는 골프도 있다. 꽁꽁 언 호수 위에서 테니스 공과 1951년에 벼룩시장에서 건져온 클럽으로 하는 놀이다. 베이브 자하리아스의 클리크(1번 아이언)으로 엉덩이가 얼어붙는지도 모르고 다들 신나게 플레이를 한다.

2년 전 기온이 엄청나게 떨어졌을 때 실내에서 칵테일 몇 잔을 마신 기운에 내가 이 토너먼트에 참가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들어도 그다지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이건 골프계의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가 돼야 한다. 나는 맥주 한 캔을 가지고 나가도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걸 따고야 말았다. 밖으로 나간 지 2초 만에 손에 쥐고 있던 캔이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저절로 구겨졌다. 맥주를 마시는 건 불가능했다. 그제라도 왜 곧바로 다시 들어가지 않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아마 멍청해서 그랬겠지만 나는 한 시간 동안 죽음의 사자가 나를 눈여겨보는 줄도 모르고 눈 덮인 얼음 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런 까닭에 겨울을 맞아 여러분께 당부를 드리고 싶다. 부디 늘 따뜻한 곳에 계시길. 만약 그럴 수 없다면 훈훈한 실내에 머무르시길. 그리고 밖에 나가야 한다면 돌아와서는 따뜻한 칵테일을 드시길(만드는 법을 설명해놓은 토디 같은 것). 그러면 모든 시름이 사라질 것이다.

 

따끈한 토디 제조법

1. 찬물을 주전자에 붓는다. 네 컵 정도가 적당하다. 뜨겁게 데운다.

2. 레몬을 반으로 썬다.

3. 꿀을 준비한다.

4. 늘 상비해야 마땅한 위스키를 딴다. 잔의 종류에 관계없이 절반 정도 채운다.

5. 레몬 반개를 짜 넣는다.

6. 꿀을 한 스푼 듬뿍 떠 넣는다. 설탕을 넣어도 괜찮다.

7. 잔에 뜨거운 물을 채우고 꿀(또는 설탕)이 녹을 때까지 시나몬 스틱으로 잘 젓는다.

8. 입과 혀가 뜨거워지도록 들이킨다.

 

By Michael Corcoran

 

황창연 hwangcy@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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