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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수업
마지막 수업
  • 황창연
  • 승인 2019.12.03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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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문외한으로서 과감한 도전에 나섰던 윌 리치의 골프 레슨이 마지막 회를 맞았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배웠다. 그건 연습장에서는 가르칠 수 없는 것이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여러분은 정말 골프를 잘하는 사람들이다. 이건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물론 가끔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더구나 드라이버샷이 슬라이스가 나서 나무들 사이로 빠지거나 벙커에서 빠져나오는 데 세 타를 허비한다면, 또는 처음에 시작할 때보다 볼이 6개나 줄어든 채로 라운드를 마친다면 그런 느낌이 들 리 만무하다. 이 칼럼을 쓰는 동안,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인내심을 발휘해준 존 태터솔의 지도를 받으면 1년을 보내는 동안 내가 배운 게 있다면 이 게임이 가끔은 잔인하고 무자비하며 노골적일 만큼 가학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건 오로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목적으로 발명된 게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태터솔과 시간을 보내고, 이 게임을 배우며 온갖 이론과 기술을 속성으로 배우고, 프로들과 이야기를 하며 그들이 실력을 어떻게 연마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도 얻은 끝에 나는 마침내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처음부터 했어야 했던 행동을 실행에 옮겼다. 맥주를 챙겨서 친구들과 밖으로 나가 라운드를 한 것이다.

그래서 뭘 배웠냐고? 아마추어 골퍼조차 놀랍다는 것이다. 우리 포섬의 다른 사람들(나처럼 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빠들)이 클럽 프로였던 것도 아니다. 그들은 평생 플레이를 했고 골프를 사랑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생활과 가정과 일은 늘 우리의 시간을 빼앗는다. 플레이를 즐길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그래서 다들 플레이에 녹이 슬 지경이라고 한숨을 쉰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어느 날 오후에 애선스 컨트리클럽에 그들과 함께 플레이 하러 나갔을 때 그저 민망한 지경에만 처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헛방을 한 번도 날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혼자 뿌듯해하던 내 눈에 그들은 평범한 아마추어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마법사들 같았다.

자주 플레이 하거나 심지어 이따금씩만 플레이하는 사람이라도 괴로움을 안겨주는 게임의 고문에 익숙하다. 하지만 아주 기본적인 동작마저 불가능에 가까운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마추어 골퍼의 행동 하나 하나가 경이로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여러분의 샷은 곧다. 그리고 높이 날아간다. 게다가 제법 멀리 나간다! 여러분은 이런 능력을 제법 잘 구사한다. 인류의 99%가 갖지 못한 능력이다. 그걸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새로 사귄 친구들과 코스에서 뜨거운 오후를 보내고 나가 그들은 더 이상 나와 똑같은 아빠처럼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 그들은 영웅 같았다.

라운드가 계속될수록 내 실력은 안정됐다. 다른 사람들과 플레이하는 것을 의식하지 않게 되자(태터솔은 편안한 퓨전 ATL의 타석을 떠나는 순간 모험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가 가르쳐준 것을 믿고 구사하게 됐다. 맥주도 도움이 됐을 것이다. 물론 그래봐야 내 실력이 어디 가겠냐만 파트너의 드라이버샷이 멈춰선 곳에 도달하기까지 볼을 네 번이나 강타해야 하는 상황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다. 나는 심지어 파 퍼팅의 기회를 잡았고 그린에 올라가면서 환호성을 질렀지만 3퍼팅을 한 후에는 괜히 그랬다고 후회했다. 하지만 나 같은 초보자에게는 트리플 보기마저 승리감을 안겨줄 수 있다. 최소한 발전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그리고 내가 비로소 알게 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게임을 즐기는 이유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그게 아닐까? 쳇바퀴를 벗어나기 위해 플레이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골프를 하는 진정한 이유는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같이 플레이를 했던 사람들을 기존에도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그들의 다른 면들까지 더 잘 알게 됐다. 코스에서 우리는 아이들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칭찬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로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아무 얘기나 하며 신나게 떠들었다. 우리는 친구가 됐다. 우리끼리만 통하는 농담이 생겼고, 서로의 샷을 칭찬해줬으며, 어쩌다 나쁜 플레이가 나오면 놀리기도 했다(부드럽게!). 그 네 시간 동안 이 세상에는 우리 넷밖에 없었다.

그 후로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가면 그 사람들과 마주치고, 그러면 몇 분 동안이라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 그들은 멋진 사람들이다. 비록 내 스코어는 100타를 훌쩍 넘었지만 그날 단 하루의 골프 라운드가 내 삶의 질을 높여줬다. 그래서 나는 내가 라운드를 나갔다는 게 기쁘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면 내가 그 모든 걸 했다는 게 기쁘다. 그리고 이 칼럼을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내 볼은 티잉그라운드에서 얼마 날아가지 못했을지 몰라도 이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정말 즐거웠다.

 

by_Will Leitch

윌 리치는 <골프매거진>의 칼럼니스트이자 <뉴욕매거진>의 컨트리뷰팅 에디터이며, 네 권의 책을 쓴 저자이고, 데드스핀의 설립자다.

 

황창연 hwangcy@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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