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06 10:36 (금)
나눔을 실천하는 골프
나눔을 실천하는 골프
  • 황창연
  • 승인 2019.11.06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수들이 수백만 달러를 그냥 챙기는 건 아니다. 골프에서 너그러운 나눔의 문화는 컨시드에 그치지 않는다. 자선사업을 중요시하는 PGA 투어에서는 그런 경향이 특히 더 강하다.
PGA 투어가 실천해온 나눔의 역사는 길고, 모든 참가자들의 진심에서 우러나온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리키 파울러가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우승하고 사흘이 지났을 때 나는 뻣뻣한 몸으로 골프계에서 가장 떠들썩한 파3에서 티샷을 하기 위해 TPC 스콧데일의 16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섰다. 140야드(프로들에게는 163야드)의 홀을 에워싼 콜로세움 같은 15m 높이의 관람석 뒤로 넘어가는 2월의 해를 보면서 나는 투어 선수들이 여기서 들었을 요란한 환호를 상상했다.
하지만 고요한 적막 속에서 얇게 빗맞은 9번 아이언을 간신히 그린에 올린 후 보기를 하고는 부루퉁한 기분이 됐다. 물론 그런 반응은 아마추어이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주요 투어에서 개최하는 대부분의 프로 토너먼트에는 보다 심오한 동기가 존재한다. 남은 것을 자선단체에 보낸다는 것이다.
PGA 투어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자선행위의 규모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모든 경비를 제한 후에 판매(5만2,000달러인 16번홀 주변 스카이박스 좌석부터 수만 개가 팔리는 9달러짜리 맥주에 이르기까지)에 따른 모든 수익금은 피닉스 지역의 자선단체로 돌아간다.
사막의 거대한 파티처럼 보이는 이 대회는 작년에 1,3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지역의 스포츠클럽부터 장애인올림픽과 피닉스 아동병원에 이르는 다양한 단체에 기부했다.
“우리의 목표는 진지한 나눔의 실천으로 피닉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2020년 토너먼트 회장인 팀 우즈는 말했다. 설립 이후 1억달러가 넘는 돈을 기부한 토너먼트는 이곳을 포함해 PGA 투어에 단 일곱 곳이다.
자선과 토너먼트의 성공을 결합하려는 시도가 시작된 건 팜비치 인비테이셔널이 자선단체에 1만달러를 기부했던 1938년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노력은 1970년대에 당시 PGA 투어 커미셔너였던 딘 비먼이 투어를 비영리사업자단체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시작됐다. 그의 주도하에 각 토너먼트들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선단체로 전환했다.
파울러가 700만달러가 넘는 총 상금 가운데 거의 130만달러에 가까운 우승 상금을 가져갔다는 점에서 웨이스트 매니지먼트는 전형적인 자선단체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작년에 PGA 투어에서 고귀한 취지로 지불한 1억9,000만달러 중에는 이 대회가 기여한 몫이 적지 않다. 2020년 중에는 총 기부액이 30억달러를 초과할 것을 PGA 투어는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기부의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멤피스에서 열리는 WGC-페덱스 세인트주드 인비테이셔널의 경우 세인트주드 아동병원, 단 한 곳만을 후원한다. 그런가 하면 반대쪽 끝에 있는 존디어 클래식은 1,400만 달러를 무려 534개의 자선단체에 나눠 기부했다. 이 대회는 팬들에게 기부금을 보내고 싶은 지역 자선단체를 선택하게 한 후 토너먼트에서 그에 상응하는 돈을 함께 기부한다.
“우리는 투어에서 가장 작은 시장에 속하기 때문에, 이미 1990년대 초에 자선사업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내려면 뭔가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토너먼트 디렉터인 클레어 피터슨은 말했다.
모든 대회가 이렇게 많은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PGA 투어에서는 자선 랭킹의 하위권 대회들을 밝히지 않았지만 상당한 금액을 자선단체에 후원하려면 스폰서와 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토너먼트에서도 큰돈을 지출해야 한다.
다른 투어들은 이 정도 수준의 기여를 하기 힘들다. 오하이오주 톨리도에서 열리는 LPGA 투어의 마라톤 클래식만 해도 그렇다. 김세영이 렉시 톰슨을 물리치고 우승했던 지난 대회에서 이 토너먼트는 60만달러에 가까운 기금을 조성해서 23개 자선단체를 후원했다. 1984년 이후 총 기부금은 1,200만 달러 정도지만 LPGA 투어에서는 자선 랭킹 상위권에 속한다.
“사실상 지역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저드 실버먼은 크레이그 스태들러의 캐디를 한 주 쉬면서 토너먼트의 설립을 도왔던 이 대회의 전무이사다. “많은 회사들과 사람들이 우리 토너먼트를 돕고 있으며, 그 결과 여러 자선단체가 골고루 혜택을 입고 있다.”
하지만 수입의 몇 %를 기부하는지에 대해서는 토너먼트 디렉터들이 말을 아꼈다. 토너먼트를 운영하는 데 많은 경비가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영리 단체 기준에서는 경비 대 기부의 비율이 낮은 편이다.
가장 최근인 2016년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을 개최하는 선더버드는 수입으로 4,800만달러를 신고했지만 기부 액수는 800만달러에 그쳤다.
토너먼트 운영에서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장비 대여와 식음료 서비스, 그리고 재활용 부문이다. 작년에 16번홀에 콜로세움(그리고 다른 관람석들)을 세운 회사는 550만달러를 받았다.
“각종 지출과 보안, 식음료 등으로 나가는 돈이 상당하다.” 우즈는 말했다. “우리가 수입을 많이 올리기는 하지만 대규모 자원봉사자들과 15명의 상근 직원이 대회를 운영한다. 최대한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도록 우리는 최대한 신중하게 운영하고 있다.”
2월의 그날 17번홀의 티잉그라운드까지 이어지는 대관람석 옆을 걸어가는데 파울러의 우승으로 토너먼트가 끝난 지 사흘이나 지나도록 그곳에 맥주컵 홀더가 뒹구는 게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예전 같았으면 쓰레기라고 생각했을 그것이 이제는 자선단체를 위한 기부의 일환이라는 걸 알게 됐다.

 

By_Paul Sullivan

 

황창연 hwangcy@hmgp.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