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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이 된 소년
캡틴이 된 소년
  • 황창연
  • 승인 2019.11.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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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새니얼 크로스비는 젊어서 우승하는 것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여름에 워커컵에서 미국 팀을 승리로 이끌었을 때에도 자신의 감을 믿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 어려 있었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롱빙 크로스비는 어느 가을 날 스페인의 한 골프코스에서 숨을 거뒀다. 얼마 후에 그의 절친한 친구였던 조지 콜먼은 빙의 아들인 너새니얼을 위로하기 위해 플로리다 남부의 세미뇰에서 며칠 동안 함께 골프를 즐겼다. 세미뇰의 회장이자 ‘더 매치’의 후원자였던 콜먼은 자신의 친구인 벤 호건도 그 자리에 불렀다.
“이건 뭐니?” 어느 날 아침에 호건은 세미뇰의 분홍색 클럽하우스 앞에 세워진 자동차에서 골프백을 꺼내다가 너새니얼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대서양변에 있는 콜맨의 집에서 머물다가 짐을 꾸려서 나온 터였다.
너새니얼은 당시 열여섯이었고, 머리숱이 많았다. 그때는 1978년이었다.
“헤어드라이어에요, 호건 선생님.”
“너새니얼,” 호건은 말했다. “헤어드라이어는 여자들이나 쓰는 거야.”
자, 이제 손가락을 튕겨서 시간은 42년이 흘러 2019년 여름이 끝나갈 무렵이다. 너새니얼 크로스비는 워커컵의 미국 팀 단장으로 리버풀 인근의 호이레이크로 원정을 떠났다. 그는 두터운 신임 덕분에 그 자리를 차지했다. 너새니얼은 자신이 살던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클럽에서 열린 1981년 US아마추어에서 우승했다. 이듬해에는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최저타 아마추어로 등극했다. 그런데 그곳은 그의 아버지가 수십 년 동안 내셔널 프로암을 개최했던 코스였다. 두 대회 모두 묘한 힘이 작용했던 게 틀림없다. 너새니얼 크로스비가 실력 있는 골퍼인 건 틀림없었지만 그렇다고 엘리트 급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코리 페이빈이 아니었다. 아무리 최고의 실력을 발휘한다지만 너새니얼은 10개월 사이에 두 번이나 그런 행운을 누렸다. 대서양 저쪽은 모든 면에서 미국과 조금 다르다. 미국 팀은 로열리버플이라고도 불리는 호이레이크에서 여성용 라커룸을 사용했다. 그것만으로도 묘하게 긴장을 하게 됐다. 너새니얼은 자신이 할 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그런 것처럼 굴었다. 토요일 아침, 그리고 일요일 아침에도, 양팀은 2명씩 네 팀을 내보내서 포섬 경기를 펼쳤다. 포섬을 미국에서는 얼터네이트샷이라고 한다.
너새니얼에겐 계획이 있었다. 그건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는 선수들이 일주일 동안 연습하고 밥을 먹으며 어울리는 걸 지켜봤다. 그날은 금요일 오후였고 이틀간의 대회가 목전에 다가왔다. 그는 누가 누구와 플레이를 해야 할지에 대해 복안이 있었다. 그건 생각이 아니라, 결정이었다. 그는 선수들을 2명씩 다섯 그룹으로 나눠서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에 2인조로 어떤 플레이를 펼치고 일요일 오후에는 어떤 마음으로 싱글에 나설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시 말해서 라인업을 갖춘 것이다. “모두가 모여 있는 커다란 회의실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너새니얼의 말이다. “공개된 토의를 하고 싶지 않았다.” 최연소 선수인 열일곱 살의 아크셰이 바티아는 가장 나이가 많은 스물여덟의 스튜어트 하게스타드와 두 차례에 걸쳐 플레이를 같이 하게 됐다. 그렇게 한 이유? 너새니얼은 크렌쇼 스타일이고, 그에게는 감이 있었다.
토요일 밤에 GB&I(영국과 아일랜드 연합팀)는 7-5로 앞서 나갔다. 그렇다. 아크계이와 스튜어트는 토요일 아침 포섬에서 패했다.
요즘 골프계에서 조지 콜먼을 찾는다면 월스트리트의 거물인 지미 던이 그런 인물일 것이다. 그는 호이레이크까지 와서 긴장된 마음으로 플레이를 지켜봤다. 약간의 돈이 걸려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너새니얼은 세미뇰의 회원이고, 지미는 세미뇰의 회장이다. 워커컵은 2021년에 세미뇰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USGA는 워커컵 미국 팀 단장에게 두 번의 기회를, 원정과 홈경기에서 각각 한 번씩 주는 것이 전통이다. 지미는 세미뇰의 회원, 그 중에서도 특히 이 특별한 회원이 세미뇰에서 열리는 워커컵의 단장이 된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지미의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몰아쳤다. 일요일에 우리가 맹공을 당하면 어쩌지? 저 사람들이 다음 대회에 새로운 단장을 앉히는 게 아닐까?
동생인 아크셰이와 형인 스튜어트는 일요일 아침에 다시 한 번, 너새니얼이 사전에 정해놓은 계획에 따라 함께 플레이에 나섰다. 그리고 이겼다. 그들은 일요일 오후의 싱글 매치에서도 각각 승리를 거뒀고, 6명의 다른 미국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팀은 낙승을 거뒀다.
2021년에 세미뇰에서도 너새니얼이 단장을 맡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그는 선수들에게 조지 콜맨의 뒷마당, 벤 호건이 언젠가 대서양을 향해 샷을 날리던 곳을 보여주고 세미뇰의 진입로에서 언젠가 너새니얼에게 헤어드라이어는 여자들이나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일화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행운을 타고 나기도 한다.

 

By_Michael Bamberger

 

황창연 hwangcy@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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