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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Play s the Thing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
To Play s the Thing 다시 도전하는 사람들
  • 황창연
  • 승인 2019.11.01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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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종목의 프로 선수들이 골프를 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스테판 커리에게는 스트레스 해소용이다. 은퇴한 후에 베이브 루스는 집 밖에 나갈 핑계로 골프를 활용했다. 마이클 조던이 골프를 마다하지 못하는 건 그가 도전을 마다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존 스몰츠가 플레이를 하는 이유는 뭔가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플레이에 몰입하고 있는 스몰츠.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The King? 그건 단연 스몰츠다. 아마 지금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이클 조던은 어쩌고? 부와 명성, 그리고 살인 미소만으로 모든 걸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이클 조던이 이 분야를 장악하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건 바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수들의 골프 실력’이라는 부문이다. 종목은 상관없다. 지금 생존해 있는 명예의 전당 회원 누구라도 좋다. 틀림 없이 다들 뛰어난 선수일 것이다.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이반 렌들, 하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브레트 헐, 미식축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제리 라이스. 하지만 그 어떤 선수도 야구 명예의 전당에 오른 존 스몰츠를 이길 수는 없다. 정기적으로는 어림도 없다. 골프는 그에게 너무 중요하고, 이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그는 실력도 더 출중하다. 그는 골프의 유전자를 타고 났고, 필생의 노력으로 실력을 더 쌓아왔다. 그건 집착에 가깝다. 야구의 투수에서 골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존 스몰츠에게서 우리는 실제로 타이거 우즈의 모습을 발견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골프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발휘하는 이 선수들은 모두 타이거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들은 첫 번째 종목에서 다른 선수들을 제압할 기회를 누렸고, 그러다가 더 이상 그럴 수 없는 시점이 왔다. 그리고 그때 골프가 그 공백을 메워줬다.

늘 진지하게 플레이에 열중했던 밤비노.

물론 이 부문의 왕좌는 어느 한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늘 새롭게 부상하는 실력자, 기존의 세력을 밀어내려는 뉴페이스가 있기 마련이다. 토니 로모는 미식축구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만 하면 스몰츠를 밀어낼 수 있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도 뒤를 살펴야 할 것이다. 스테판 커리의 소프트스파이크 발자국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수들의 골프 강박 스펙트럼을 알아볼 수 있는 모종의 마이어스-브릭스 성격유형 선호지표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가벼운 관찰에 따른 평가를 과학적으로 입증해줄 어떤 연구. 문항이 꼭 깔끔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제압해야 직성이 풀린다.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 모르겠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위에서 언급한 선수들은 전부 마지막에 표시를 할 것이다.
현재 폭스에서 해설자로 활약 중인 스몰츠는 투수로 활약한 21년 동안 고수했던 패턴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타이거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아주 익숙하게 들릴 만한 얘기다. 스몰츠는 해가 떠오를 무렵에 셔츠와 바지를 말끔하게 차려 입고 어깨에 가방을 맨 채, 한 손에는 계획이 담긴 일정표를, 그리고 한 손에는 선크림을 들고 집을 나선다.
두 사람 모두 벤 호건의 가르침을 따른다(“필요한 모든 샷을 연습할 만큼 하루해는 길지 않다”). 두 사람 모두 부치 하먼의 가르침을 따른다(“골퍼에게는 계획이 필요하다”). 두 사람 모두 바즈 루어먼의 가르침을 따른다(“선크림에 대해서는 내 말을 믿어라”). 계획을 세우며 살아온 사람에겐 뭔가 계획할 게 필요하다. 그래서 골프가 필요하다.
이 선수들은 전부 계획 전문가들이다. 골프 실력을 쌓으려면 늘 뭔가를 연마해야 한다. 그냥 시늉만으로 얻어지는 건 없다. 스몰츠는 플레이를 통해 연습을 하는 방식이다. 타이거는 그렇게 하지 않지만 그건 상관없다. 골프에서 진정한 실력자가 되려면 정해진 규칙을 따르되 자신의 방식대로 해야 한다.
시간과 에너지, 체력, 지성, 승부욕, 강박관념, 그리고 엄청난 운동신경이 필요하다. 오랫동안 최고의 실력을 구가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피니시 라인에 도착할 때쯤이면 뇌는 피로하고 몸은 안 쑤시는 곳이 없으며, 통장 잔고는 빵빵하다. 그리고 승부근성도 충분히 발휘했다. 여기에 하나도 해당이 안 된 사람이 마이클 조던이고, 제리 라이스이고 이반 렌들, 브레트 헐이다. 토니 로모. 스테판 커리도 저만치에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존 스몰츠. 그는 작년 US시니어오픈 예선전을 통과했다. 쉰한 살의 나이에.

 

30대와 40대, 그리고 50대의 나이에도 그들이 전부 자신의 체급에 거의 근접한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여기에는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작년 US시니어오픈에서 스몰츠는 골프에 대한 애정을 감동적으로 표출했다. “이건 내가 거둔 최고의 성취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이룬 것들은 팀의 일환이었고, 팀으로서 성취한 모든 것도 물론 자랑스럽다. 하지만 개인으로서는 이와 비슷한 것도 해본 적이 없다. 이건 서른다섯인가 마흔 살 때부터 품어왔던 꿈이었다. 이렇게 신이 났던 적이 없다. 나는 평생 참고 견디고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삶을 살아왔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믿지 않으면 꿈꿀 수 없다. 꿈꾸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나는 이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중년의 남자가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시구하는 스몰츠.

그의 말은 너무나 소년처럼 들린다. 하지만 스몰츠는 또한 대단히 지적이고 분석적이다. 호건처럼, 니클로스처럼.
그리고 우즈처럼. 스몰츠는 우즈와 플레이를 많이 했다. 우즈가 타석에 서서 스몰츠를 마주한 건 한 번, 딱 한 번, 스크린 야구장에서다. 타이거는 4번 타석에 서서 사구로 한 번 출루했다. 스몰츠는 원치 않았지만 타이거가 고집을 부렸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타이거가 다른 종목에서 새롭게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는 그 도전을 즐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엘리트 선수들은 도전 없이는 살지 못한다. 스몰츠에게는 다행스럽게도, 프로 야구에서 프로 골프로 넘어가는 건 최소한 가능해 보인다. 마이클 조던은 프로 농구에서 프로 야구로 넘어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줬다. 하지만 그는 도전을 즐겼다. 도전이 이들에게는 출발점이다.

소문난 골프광 조던의 늘 다시 플레이할 생각만 한다.

마이클 조던은 골프 실력이 매우 뛰어나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라인배커 로렌스 테일러는 더 뛰어나다. 두 사람이 큰돈을 걸고 플레이를 자주 하던 시절에 조던은 테일러에게서 핸디를 받지 않았다. 그러면 도전의 의미가 쇠퇴하기 때문이고, 우승의 의미가 쇠퇴하기 때문이었다.
그 시절에 조던이 테일러가 살던 마이애미 지역으로 찾아왔고, 두 사람은 뛰어난 퍼블릭코스들을 두루 다니며 플레이를 했다. 조던 옆에는 웬 남자가 있었고, 그는 현금을 채운 철제 서류가방을 가지고 다녔다. 라운드가 끝나면 조던은
그 남자에게 이런 뜻의 말을 할 때가 많았다. 돈을 지불해.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돌아와 더 큰돈을 걸고 플레이를 했다. 하루에 36홀을 도는 게 일반적이었다. 러프가 없고 벙커는 얕고 그린은 느린 짧은 코스에서 실력 있는 두 사람이 각자 카트를 몰고 플레이를 한다. 간이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6시간 동안. 하루 54홀은 테일러에게 쉽지 않았고, 즐겨 플레이하는 퍼블릭코스에서 그의 샷거리는 210야드였다. 조던의 타고난 성향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려운 코스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이다. 도전, 궁극의 도전.
로렌스 테일러의 골프 강박은 스몰츠나 조던과는 다르다. 테일러는 시니어 대회에서 프로들과 실력을 겨룰 생각이 없다. 그는 션 폴리 같은 스윙코치에게 스윙 개조를 맡길 생각도 없다. 그는 그저 시간을 메울 뿐이다. 그에게는 중독 성향이 있다. 골프는 그걸 막아준다. 그는 골프를 자신의 ‘해독 탱크’라고 부른다. 몇 년 전에 그는 골프코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같은 작용을 하되 더 즐겁다고 생각하면서 마약중독 재활 센터를 나왔다.

전성기 시절의 루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중에는 골프를 사교의 장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베이브 루스는 야구선수로 활약하는 내내 골프를 즐겼다. 그러다가 야구를 그만둔 다음에는 골프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었다. 은퇴한 베이브 루스에게 골프는 집 밖으로 나올 핑계였다. 루스 부인이 루스와 결혼하며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있겠다고 서약했지만 점심은 함께 먹을 수 없다는 농담이 돌았을 정도였다. 루스는 85타를 기록했고, 그것에 만족했다. 그는 플레이와 술과 친구들을 좋아했다.
웨인 그레츠키도 비슷하다. 하키 선수로 명예의 전당에 오른 그는 85타를 하더라도 잠을 못 이루는 일은 없다. 그는 사교적이고 골프는 사교의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 딸인 폴리나와 결혼해서 2명의 손자를 안겨준 더스틴 존슨과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도 그에게는 중요하다. 그레츠키와 존슨은 AT&T 내셔널 프로암에 모두 일곱 번 함께 출전했다(컷 통과는 네 번). 겉으로 하는 말과는 상관없이 그 대회에서 참가해서 입에 시가를 물고 페어웨이를 활보하는 그레츠키의 모습에서는 스트레스의 징후를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볼을 잃어버리더라도 캐디나 존슨의 팬들이 찾아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셔우드에서도 플레이를 자주 한다. 하지만 그들이 둘만의 호젓한 시간을 즐기는 건 아이다호에서도 아주 시골에 있는 고저 랜치라는 곳이다. 체임버스베이에서 열린 2015년 US오픈에서 존슨이 마지막 홀에서 스리퍼팅을 하는 바람에 한 타 차로 우승을 내준 그 다음 날, 그레츠키와 존슨은 고저에서 아침을 맞았고, 그 월요일 아침에 함께 플레이를 했다. 그리고 이듬해에 존슨은 오크몬트에서 US오픈의 우승을 차지했고, 그레츠키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골프코스보다 그런 대화를 나누기에 더 적당한 곳이 있을까? 그레츠키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런 곳은 있을 수 없다고.
한편, 존 스몰츠는 작년의 US시니어오픈 1라운드에서 85타를 기록했다. 그레츠키의 85타와 스몰츠가 브로드무어에서 거둔 기록이 똑같은 것 같다. 하지만 후자는 연필을 손에 쥐고 있었다는 게 다르다. 그건 엄청난 차이다. 조기축구와 프리미어리그만큼이나. 그리고 스몰츠는 다음 날 77타를 기록했다. 톰 카이트의 스코어도 똑같았다. 그래서 존 스몰츠는 조금이라도 만족했을까?
어림도 없는 소리다.

 

황창연 hwangcy@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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