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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골퍼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방법
행복한 골퍼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방법
  • 황창연
  • 승인 2019.08.02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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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골프매거진] 게임의 한복판에서 경쟁하고 통솔하고 멘토 역할도 하는 우즈의 모습에서는 그가 불과 얼마 전까지 자신의 이름을 골프계에서 스스로 지워버릴 뻔했다는 사실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였다.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렇다. 독자들의 슬라이스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온 <골프매거진>이 맡은 바 소임을 더 확대했다. 골프의 행복, 더 나아가 삶의 행복까지 돌아보기로 했다. 또는 토머스 제퍼슨처럼 행복의 추구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제퍼슨이 래리 클린턴 오케스트라가 1957년에 발표한 앨범 <지친 골퍼들을 위한 음악>에서 ‘가끔 나는 행복하다’를 연주할 거라고 예상했던 건 아니다. 그래서 최고의 레슨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고 다양한 관련 서적을 검토하고 <멋진 인생>이라는 영화까지 보면서 행복한 골퍼의 세 가지 조건을 알아냈다. 1)게임에 몰두할 것, 2)남을 위해 봉사할 것, 3)감사한 마음으로 살 것.
그리고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이제부터 터무니없으면서도 의미 있는 시도를 하려고 한다. 영재 연구의 오랜 역사에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나타내는 한 인물의 행복을 측정해보려는 것이다. 물론 타이거 우즈가 모차르트나 피카소, 마리 퀴리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가 역대급 신동 목록에 포함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TV 속의 삶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그는 결국 삶을 살게 됐고, 세 살도 되기 전에 출연했던 <마이크 더글러스 쇼>부터 지금까지 수백만 명이 그의 삶을 미디어로 지켜봤다. 행복을 향한 그의 행로는 녹록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 교훈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소중한 기회를 낭비하는 게 되지 않을까?
오케이.
당신이 한 번을 제외한 타이거의 메이저 우승을 전부 현장에서 지켜봤다고 해보자. 그리고 그의 실물을 처음 본 것이 그가 두 번째로 US아마추어에서 우승했던 1995년이라고 해보자. 그가 이런저런 팀 대회에서 우승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봤고, 이런저런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도 봤다고 해보자(이 문단에서 당신은 바로 나다). 그리고 거의 25년에 달하는 그 기간 동안 우승을 했을 때조차 뚱한 표정일 때가 많았는데, 지금까지 본 중에 가장 행복한 표정의 타이거 우즈를 본 게 바로 올해 마스터스, 그것도 2라운드가 끝났을 때였다.
맞다. 우리는 지금 눈을 뗄 수 없었던 짜릿한 플레이, 버틀러 캐빈의 그린재킷 수여식이 있기 이틀 전의 얘기를 하고 있다.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한 금요일, 테라스에 앉아 오거스타의 봄날을 만끽하기에 완벽한 날이었다.
타이거의 온몸은 바짝 집중한 상태였고, 그의 눈과 손과 두뇌는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는 아마 발밑에서 풀이 자라는 것까지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회가 열리기 전에 우즈는 연습 티에서 위대한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과 타이트하기로 유명한 오거스타의 페어웨이에서 구사하는 피치샷에 대해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때의 페어웨이는 거의 푸슬거리는 수준이고 그린은 느려서 타이거는 그에 맞춰 조정을 하고 있었다. 전력을 기울일 때, 게임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는 본능적으로 조정을 하게 된다. 뛰어난 유격수와 슈팅가드와 골퍼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우즈의 첫 라운드는 2언더파 70타였지만 얼핏얼핏 느슨한 순간들이 포착됐다. 금요일 저녁에 그는 마지막 그린을 향해 언덕을 올랐고, 68타가 거의 확실했다. 그게 얼마나 좋은 느낌인지 우리는 다 알고 있다. 좋은 곳에 있을 때의 그 좋은 느낌. 그에게 챔피언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그는 한 달 전에 플레이어스에서 자신의 머그샷 프린트 티셔츠를 입은 아이를 보고도 웃으려고 했었다. 자신의 인생을 정면으로 마주하려면 배짱이 두둑해야 한다.
그런가 하면 그때 타이거의 아이들, 운동 신경과 반사 신경이 뛰어난 그 아이들은 플로리다에서 엄마이자 타이거의 전 부인인 엘린의 보호하에 놀기도 하고 숙제도 하고 있었다. 샘과 찰리에게 그보다 더 헌신적인 엄마는 없었으며 타이거는 그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 역시 아이들의 아버지로서 헌신적이라는 사실을 그녀가 인정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완벽한 아버지? 물론,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헌신적이다. 집안이 평온할 때 밖에서 성과를 내기가 더 쉬운 건 말할 나위가 없다. 금요일 밤에 타이거 옆에 있던 캐디 조 라카바는 타이거의 게임과 마음의 안정에 그 어떤 전자기기로도 측정할 수 없을 만큼 큰 공헌을 했다. 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했다. 다시 말해서, 그는 그만 두지 않았다. 행크 해니는 그만 뒀다(2010년). 스티브 윌리엄스도 그만 뒀다(2011년). 하지만 조 라카바는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그는 거의 5년 가까이 우즈의 일정이 들쭉날쭉이었어도 코네티컷의 집 차고를 정리하며 몇 년씩 불안한 날들을 보냈다. 하지만 조는 타이거를 사랑하고, 팀 타이거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사랑하고 타이거가 언젠가는 게임에서 자신의 위치를 되찾으리라는 것을, 최소한 그러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하리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금요일 밤에 일부러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그의 옆을 지키는 사람이 2명 더 있었는데, 역시 타이거의 마음과 그의 플레이에 큰 기여를 하는 사람들이었다. 1명은 타이거의 부사수격인 롭 맥나마라였는데, 고용관계이지만 캠프 내에서는 타이거가 선택한 형제로 통한다. 눈에 띄지 않는 외모에 많은 사람들이 긴장할 만한 환경에서도 느긋한 맥나마라는 70대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실력 있는 골퍼로 타이거와도 수백 번의 라운드를 함께 했다. 그는 볼의 위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라커룸 직원들에게 타이거를 대신해서 팁을 주며 어떤 토너먼트에서 플레이를 하고 5번 우드를 가방에 넣을 것인지 트렁크에 남겨놓을 것인지 같은 질문에 답을 해준다. 또 1명은 몇 년째 타이거 옆을 지키고 있는 그의 여자친구 에리카 허먼이다. 역시 눈에 띄지 않는 외모에 많은 사람들이 긴장할 만한 환경에서도 느긋한 태도를 보여준다. 우즈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지배인인 허먼은 샘과 찰리와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기자나 팬들과 스스럼없이 얘기를 나누고,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으며 어떤 일이든(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것이든 골프를 하는 것이든) 사소한 것에 강박에 가까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5월에 백악관의 로즈가든에서 자유세계의 수호자가 타이거의 목에 리본을 걸어줬을 때 샘과 찰리가 그곳에 있었고, 스타인버그와 그린스펀이 그곳에 있었으며 레이카와 롭도 그곳에 있었다. 타이거의 어머니인 티다 역시 그곳에 있었다. 그는 미국 자유훈장을 받았고, 자신의 팀을 그 자리에 데려갔다. 타이거의 골프계 복귀는 그 혼자만의 노력으로 된 게 아니었다. 어림도 없었다.

다시 오거스타의 금요일로 돌아가서. 탭인으로 68타의 라운드를 마무리한 타이거는 플레잉 파트너들(스물네 살인 스페인의 존 람과 스물세 살인 중국의 리 하오통)과 악수를 하고 리더보드를 확인했다. 박수갈채가 길게 이어졌다. 거기에는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 타이거는 니클로스의 대우, 아널드의 대우, 바이런 경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그가 작년 9월에 이스트레이크에서 우승했을 때 터져 나왔던 혼란스러운 반응과는 사뭇 달랐다. 그때는 압력솥의 뚜껑이 날아간 것처럼 1만명에 달하는 동호회 회원들이 뭔가를 축하하기 위해 안달이 난 것 같은 분위기였다면 오거스타의 팬들은 진정한 의미의 후원자들이었다. 그들은 타이거 이전에도, 타이거가 활동하는 중에도, 그리고 타이거가 사라진 후에도 게임을 즐길 사람들이었다. 금요일 밤에 그린에서 내려와 넓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스코어카드를 제출하러 갈 때 타이거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환하게 웃었다(유튜브에서 이때의 동영상을 찾아보기 바란다). 타이거는 조롱과 불신, 냉소와 분노에 익숙한 사람이다. 최소한 예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그날 밤에 내가 본, 우리 모두가 본 그는 행복한 남자였다.
두 달 후에 US오픈에서 그 순간에 대해 물었을 때 우즈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특별한 생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냥 그 순간에, 경쟁에 몰두했다.” 그 순간의 게임에. 아름답다. 일요일에 타이거가 우승한 것보다 더 통렬한 감동이 있을 수 있었다면 아마도 타이거가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 어느 쪽이든 금요일 밤에 오거스타에 모여 있던 팬들, 저마다 삶의 부침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그 사람들은 명백하게 그의 편이었다. 타이거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우리를 위해 환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작은 제스처의 힘이라니.
타이거는 늘 큰 제스처에 능했다. 그의 재단에서 진행하는 좋은 일들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를 제대로 평가하고, 제대로 드러내는 건 가장 사소한 제스처들이다. 그런 차원에서 타이거를 염두에 두고, 나는 올해 아론 배들리와 일련의 대화를 나눴다. 호주 출신인 그는 오크몬트에서 열린 2007년 US오픈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렸다. 우즈는 그와 두 타 차로 단독 2위였다. 그들은 일요일에 마지막 조로 함께 출전했고, 우즈는 당시에 미쉘린 타이어의 마스코트처럼 근육이 울룩불룩했으며, 1번홀에 글래디에이터처럼 버티고 선 그의 몸을 붉은 티셔츠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당시 스물여섯이엇던 배들리는 격자무늬 바지에 갈색 셔츠를 입은 모습이 AJGA 오찬 중에 나온 것만 같았다. 배들리가 그날 엄청난 스코어(80)를 기록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이후 10여 년 동안 둘의 관계는 지나가며 고개만 끄덕이는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우즈가 위험한, 거의 필사적인 척추융합수술을 받고 약 7개월 후인 2018년 1월에 복귀했다. 그리고 그가 돌아왔을 때 아론 배들리는 우즈가 조금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토리파인스에서 우즈를 만난 그는 수술에 대한 얘기를 나눌 수 있겠냐고 물었다. 배들리의 매형이 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같은 수술을 고려중인데 걱정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물론이지. 기꺼이.” 우즈는 말했다. 그리고 플레이어스가 열린 3월에 퍼팅 그린에서 우즈는 배들리와 약 20분 동안 서두르는 기색 없이 자신의 통증과 수술, 회복에 이르기까지 안팎의 사정을 속속들이 들려줬다. 그게 뭐가 대수인가 싶을지 모르지만 20년 동안 우즈는 투어에서 상어 같은 존재였다. 그는 어디에 있건 다른 곳에 있고 싶어 했다. “진정한 대화였다.” 배들리는 내게 말했다. “그가 해준 얘기 덕분에 매형은 같은 수술을 받았다. 타이거가 권하지 않았다면 수술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수술은 효과가 있었다. 아론 배들리의 매형은 이제 새 삶을 살고 있다. 의식적이었든 아니든, 우즈는 다른 사람을 위해 도움을 준 것이다. 작은 제스처의 힘.
2017년 메모리얼데이 주말에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후 우즈는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처음은 아니었지만 원래 뭐든 한 번 만에 습관을 들이기는 힘든 법이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우리는 모르고, 우즈가 털어놓길 원하지 않는 이상 알 필요도 없다. 우리가 아는 것은 TV 카메라를 통해 우리 눈으로 본 것, 그의 턱 밑에 댄 마이크를 통해 우리가 들은 것뿐이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며 목소리는 너무나 행복하다. 늘 그렇지는 않다. 왜냐면 그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건 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하지만 이스트레이크에서 우승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기에서의 플레이는 정말 힘들었지만 매 순간을 사랑했다.” 작년 7월에 디오픈에서 우승하지 못했을 때 그는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공개했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 이런 아빠를 자랑스러워 해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거스타에서 68타를 기록한 금요일에는 이렇게 말했다. “저곳에서 그런 플레이를 한 것에 대해 매우 기분 좋게 생각한다.” 5월에 PGA 챔피언십에서 컷 탈락했을 때는 또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마스터스 챔피언이고 마흔세 살이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뛰어난 업적이다.” 브룩스 코엡카가 두 라운드 동안 그를 열세 타 차로 물리쳤지만 타이거는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였다. 래리 클린턴(“가끔 나는 행복하다”)은 그 느낌을 알았을 게 틀림없다. 우리도 괜찮은 날이면 다들 그렇게 느끼고, 그건 타이거도 마찬가지다.

 

by_Michael Bamberger

 

황창연 hwangcy@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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