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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샹그리아
차가운 샹그리아
  • 황창연
  • 승인 2019.08.02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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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유리병에 담긴 샹그리아는 보기만 해도 한 여름의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준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와인 왜건이 조용히 멈춰 섰을 때 내 머리는 요즘 뻣뻣해진 내 목이 허용하는 최대한으로 기울어졌다. 나는 길쭉한 사구아로 선인장 위에 핀 꽃들을 바라보면서 얼빠진 표정을 지었는데, 그럴 때마다 아내가 번번이 대체 왜라고 따져 묻는 멍청한 표정이었다.

괜찮으세요와인 왜건을 밀고 다니는 여자가 물었다.

최상이죠.” 내가 말했다. “그냥 저 꽃들을 감상하는 중이었어요.” 걱정스럽게 묻는 여자 직원에게 고개를 돌리고서야 나는 그녀의 맥주 카트에 와인 왜건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차대전 당시의 조종사들이 자신의 비행기에 아무 이름이나 붙이던 식이었다. 그걸 알고 나자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기분이 좋아졌다. 그곳이 카멜백 산맥 밑에 자리 잡은 마운틴쉐도우 골프코스였다는 얘기를 했던가? 그렇다. 애리조나주 패러다이스밸리였다. 아침 산책을 나갔더니 갓 부화한 메추라기들이 부모인지 법적 후견인인지의 뒤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내 앞을 가로질렀다. 아무튼 맥주 카트에 와인 왜건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상징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뒤에 이어진 생각의 흐름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나 자신도 왜 그 생각이 떠올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 문득 나의 가장 오랜 친구이자 절친한 벗인 케이브맨이 내게 던질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1학년 첫 날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데, 우리가 다닌 가톨릭학교에서는 알파벳 순서대로 학생들을 앉혔다. 12년 동안 우리는 옆자리에 앉았고, 이렇게 다르면서도 똑같은 두 아이를 찾는 건 어려울 것이다. 어렸을 때 우리는 그의 아버지인 버드, 그리고 버드의 동료들과 라운드를 많이 했다. 이제부터가 진짜 재미있는 부분이다. 필라델피아 인근에 있는 어느 퍼블릭코스에서 오전 18홀을 마쳤을 때, 버드와 그의 일행(이것도 재미있는 부분인데, 버드의 친구 중에 한 명은 실제 이름이 폭음이라는 뜻의 부즈였다)이 프로숍 옆의 라운지에서 술을 몇 잔 마시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더니 이렇게 외쳤다. “저기 연습장에서 웬 미친놈 2명이 50야드 간격으로 마주 보고 서서 풀샷을 하고 있어요. 빗맞히려고도 하질 않아요!” 버드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심지어 부즈조차 그 모습을 보러 달려갔다. 바텐더가 버드에게 궁금하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그는 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볼 필요도 없어. 내 멍청한 아들놈이랑 그의 멍청한 친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이제부터가 진짜 얘기다. 사막에서 환각처럼 들리는 경험을 하기 몇 주 전에 케이브맨은 내게 누군가 세금도 낼 필요 없는 1백만달러를 주는 조건으로 미국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한다면 그 돈을 받고 떠날 건지, 간다면 어디로 갈 건지 물었다.

케이브맨은 당장 그 돈을 챙겨서 스페인으로 갈 거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에스파냐라고 말하면서 USS아메리카 항공모함의 조종사였을 때 그곳에 기착해서 즐긴 낮잠과 와인을 기분 좋게 회상했다.

와인 왜건이 사라져갈 때 나는 케이브맨은 에스파냐의 올리브 나무 그늘에 앉아 버튼업 셔츠, 그것도 꽃이나 원숭이가 그려진 셔츠를 입고 샹그리아를 큰 잔에 따라 마시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건 말할 것도 없는 판타지였는데, 올리브 나무가 그 밑에 앉을 정도로 큰지도 모르고, 케이브맨이 셔츠를 입은 거라곤 그의 결혼식에서 들러리를 섰을 때뿐이기 때문이다.

올해말에 케이브맨의 딸이 결혼을 한다니 그가 버튼업 셔츠를 입은 걸 보는 드문 기회를 한 번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는 햇볕도 따뜻하니 한가롭게 샹그리아나 가끔 한 주전자씩 만들어서 언젠가 그가 스페인에서 돈다발을 깔고 앉아 미국에 있는 나를 위해 건배하는 모습을 그리며 마셔야겠다.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 아주 차갑게 즐기는 샹그리아

샹그리아의 레시피는 무궁무진하지만 빠르고 쉽고, 케이브맨도 인정할 만한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일단 유리 주전자를 준비해야 한다. 샹그리아는 시각적인 면도 맛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렌지 1/2, 레몬 1/2, 복숭아 1, 사과 1, 좋은 브랜디 1/3, 설탕 1/4, 오렌지주스 1, 스페인산 리오하 레드와인 750ml 1, 시나몬 스틱 1

 

오렌지와 레몬을 얇게 저민다.

복숭아와 사과는 깍둑썰기를 한다. 정육면체로 자른다는 뜻이다.

과일을 유리 주전자에 담고 브랜디와 설탕, 오렌지주스를 붓는다.

적당한 도구를 이용해서(나무 주걱이 가장 좋다.) 과일을 조금 으깬다.

숙성되지 않은 리오하 와인을 한 병 모두 붓고 시나몬 스틱을 넣은 후 잘 섞는다.

냉장고에 3시간 정도 넣어 둔다.

마시기 전에 취향에 따라 장식용 과일을 첨가하고, 얼음 잔에 담아서 낸다.

 

by Michael Corcoran

 

 

황창연 hwangcy@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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