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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계가 코스설계가 데이비드 칸의 가족을 위해 뭉쳤다
골프계가 코스설계가 데이비드 칸의 가족을 위해 뭉쳤다
  • 황창연
  • 승인 2019.05.1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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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보통 4명이나 2명이 한 조로 플레이를 하지만 그날은 수많은 사람들이 코스설계가인 데이비드 칸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코스에 섰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골프계에는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콧데일의 어느 화창한 봄날 저녁에도 톱골프의 타석마다 놓여 있는 서류철에서 선량한 마음들의 따뜻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300명이 넘는 스콧데일의 골퍼들이 설립된지 얼마 되지 않는 포어바텐 재단의 취지에 동참하고자 한 장에 1,000달러의 티켓값을 지불하고 그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그 서류철에는 그 이상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일단 전역의 골퍼들과 골프코스, 그리고 골프 회사들이 기부한 입찰식 경매 물품들이 나열돼 있었다. 마스터스 마지막 라운드 때 버크먼스 플레이스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 두 장, 밴돈 듄스 4인 여행권, 리비에라와 오크몬트, 윙드풋, 파인허스트 No.2를 비롯한 여러 코스의 티타임, 무수하게 많은 최첨단 용품들, 페이지 스피라낵과의 골프 라운드,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찾은 회원제 코스로 딕 윌슨이 설계한 서니랜드의 앤버그 리트리트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까지, 목록은 찬란했다.

이보다 더 멋진 골프 경험들을 모아놓은 건 없을 겁니다.” 최근에 MPCC의 듄스 코스를 리모델링하고 밥 파슨스의 새로운 스콧데일 내셔널을 설계한 코스디자인 회사 잭슨칸의 팀 잭슨은 이렇게 말했다.

그날 모인 모금액은 63만달러였다. “가슴 벅찰 정도로 많은 성원을 보내줬습니다.” 잭슨의 파트너이자 포어바텐을 설립하고 아내인 캐런과 그날의 행사를 주관한 데이비드 칸의 말이다. “골프계는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도우려는 사람들이 많은 친밀하고 강한 공동체입니다.”

그렇게 다정한 손길이 있었기에 칸 부부는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견딜 수 있었다. 20172월에 그들의 쌍둥이 딸인 아멜리아와 맥켄지가 바텐병 진단을 받았는데, 그들에게 그건 너무나 잔인한 선고였다. 일반적으로 시력 상실이 첫 증상이고, 현재 여덟 살인 두 아이 모두 이미 시력 악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어서 강력한 발작이 보통 1~2년 안에 뒤따른다. 칸 부부는 바텐병을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의 결합에 비유했는데, 두 아이가 결국은 운동능력과 기억력, 말하는 능력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음식을 씹는 것이 불가능해져서 관을 삽입해야 한다. 장기는 말을 듣지 않는다. 기대수명은 십대 말에서 20대 초반이다.

이렇게 고통스러운 미래를 앞두고 어떻게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칸 부부는 딸들이 현재를 최대한 누릴 수 있게 해주자고 결심했다. 셜리 템플 같은 곱슬머리의 순한 맥켄지는 펭귄을 너무 좋아해서 데이비드와 캐런은 딸을 데리고 18종의 펭귄을 모두 직접 보는 여정에 나섰다. 최근에는 뉴저지 캠든에 있는 동물원에 가서 쇠푸른펭귄을 보고 샌디에이고의 시월드에서는 마카로니펭귄과 시간을 보냈다. 이들 가족은 노란눈펭귄을 보기 위해 뉴질랜드에 다녀오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개성이 더 강하고 푸른 눈에 표정도 더 다양한 아멜리아는 원숭이를 그만큼 좋아하고, 침팬지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제인 구달을 오래 전부터 우상처럼 여겨왔다.

여러 차례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구달은 아멜리아에게 자필 서명한 책을 보내줬고, 그날 이후로 아멜리아는 또 다른 선물이 오지 않을까 우편함을 자주 확인한다(캐런은 가짜로 선물을 보내줄까 생각중인데,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구달이 2017년에 다큐멘터리 영화인 <데인>의 개봉에 맞춰 할리우드에 온다는 얘기를 들은 부부는 아멜리아가 그녀와 20분 정도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는데, 두 사람은 금세 의기투합했고, 그날이 딸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는지를 이야기하던 데이비드는 목이 메었다.

바텐병은 너무 희귀하기 때문에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치료약 개발에 투자할 유인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톱골프에서 모인 63만달러는 이미 이 병의 진전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유전자 연구 치료법의 기금으로 전달됐다. 다음 단계는 일부 손상을 되돌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줄기세포 치료법이다. “매일 더 많은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칸 부부는 계속해서 기금을 모을 예정이고, 다음 행사는 이번 가을에 열린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우리에게 위안이 됩니다.” 캐런은 말했다. “그냥 손 놓고 받아들일 수는 없어요. 아이들을 살릴 수는 없더라도 우리 딸들, 그리고 같은 병으로 진단을 받은 다른 아이들을 위해 계속 싸울 겁니다. 이 재단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목적이 될지도 몰라요.”

 

*도움을 줄 방법을 알고 싶다면 www.forebatten.org에 접속해보기 바란다.

 

앨런의 더 많은 기사를 다음 페이지에서 참고하세요!
GOLF.COM/SHIPNUCK

 

황창연 hwangcy@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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