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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리치의 골프 입문기,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윌 리치의 골프 입문기, 구부러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다
  • 성승환 기자
  • 승인 2019.03.29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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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세계로 떠난 윌의 모험은 이번 달에도 계속된다. 클럽을 손에 쥐기도 전에 균형과 유연성을 확인하기 위해 인대를 잡아 늘리며 고민에 빠졌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나는 골프를 하지 않는다. 사실상 일부러 골프를 멀리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배울 의향이 있고, 강사가 <골프매거진>이 선정한 100대 레슨 프로인 존 태터솔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태터솔이 가르쳐주는 핵심은 실제로 골프를 플레이하는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었다. 드라이버로 스윙하기는커녕 클럽에는 손을 대지도 않았다. 트레이닝의 핵심은 체력이라고 그는 말했다. 다시 말하자면 체력이 부족하다는 게 관건이었다.

사실 마흔세 살치고는 그렇게 운동능력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일주일에 48km를 달리고, 얼마 전에도 하프 마라톤을 100분 이내에 완주했으며, 계단을 오르내려도 숨이 차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15년 전에 비하면 뱃살도 출렁거리지만 전체적으로는 잘 유지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골프코스에서 몸이 견딜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태터솔의 30분짜리 체력 평가를 받고 보니, 물살처럼 흐느적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굴욕적이었냐고? 그뿐만이 아니다. 오버헤드 딥 스쿼트 테스트에서는 태터솔이 측면 배측굴곡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는데, 쉽게 말하면 뒤로 넘어지지 않고는 스쿼트를 못한다는 뜻이다. 로어 쿼터 로테이션 테스트는 백스윙의 안정적인 회전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한 테스트였는데, 태터솔은 누군가 다치기 전에 이걸 중단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서 골반 회전골반 기울기테스트를 통해 골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힘들다는 걸 확인했다. 솔직히 말해서, , 그걸 알자고 테스트까지 받을 건 없지 않나요. 30분 동안 존은 내게 기본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들(손목을 최대한 뒤로 꺾고, 눈을 감은 채 한 발로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보는 것 등)을 주문하고는 엉망진창인 나를 지켜보면서 골프의 가장 기초적인 것들을 수행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숙련도조차 갖추지 못한 나를 향해 표정 관리를 하려고 노력했다. “만약 심혈관 검사였다면 성적이 조금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나를 다시 한 번 훑어봤다.

만약.” 나에게 굴욕감을 주려는 게 이 테스트의 목적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굴욕감은 두둑한 보너스였다. 태터솔은 실제로 플레이할 계획을 세우기 전에, 내가 어떤 몸을 가지고 있으며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그리고 할 수 없는지), 무엇보다 이상적인 골프 스윙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 한 것이다.

알고 봤더니 일상생활에서 하는 행동이 골프 실력의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태터솔은 내가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서 타이핑을 하기 때문에 등이 굽고 손목도 한 자세로 굳었다고 지적했다. 내가 비교적 쉬운 테스트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이유는 체력이 엉망이어서가 아니라 골퍼의 생활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일상을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스윙이나 골프의 멘탈적인 측면을 살펴보기 전에 내 몸이 수행할 수 없는 점들부터 바로잡아야했다. 내가 등 윗쪽 부분에 테니스볼 2개를 붙이고 바닥에 누워서 흉추의 동작을 극대화해줄 윗몸일으키기를 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론상 균형과 회전을 개선해주는 운동이라고 했다. 태터솔은 그밖에도 누워서 베개 누르기부터 힙 드롭이라고 이름붙인 여러 동작을 주문했다. 아직은 엉망이지만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 태터솔이 이렇게 강조했기 때문이다. “골프 스윙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요소는 스윙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결정된다. 스윙은 몸에서 시작해야 한다. 모든 것이 몸에서 시작된다.”

그렇다면 좋다. 다만, 벌써부터 이렇게 엉망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골프를 하기에는 너무나 무능하고 부적절한 느낌이 드는데실제로 클럽을 손에 쥐고 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게 걱정이다.

 

 

윌 리치는 <골프매거진>의 칼럼니스트이자 <뉴욕매거진>의 컨트리뷰팅 에디터이며, 네 권의 책을 쓴 저자이고, 데드스핀의 설립자다.

 

성승환 기자 ssh@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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